데이빗보위, 그에 걸맞게 톤다운된 초록과 분홍, 빨강과 갈색이 어우러진 표지.
이건 반칙이다. 읽기도 전에 이미 이 책에 매료당하고 말았으니까. 서문에서 빛나는 저자의 글솜씨는 또 어쩐 일일까. “2018년 5월이었습니다. 미국인 소설가 필립 로스의 책 아버지의 유산을 읽는 중이었습니다…” 로 시작하는 작가의 말에 나는 이상할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좋은 작품과 멋진 예술인을 미친듯이 찾아 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평범한 주변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른 그들. 잘나디 잘나서 태생부터가 특별해보이는 그들의 삶은 대체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실 한 시대를 주름잡은 예술가를 앤솔로지 형태로 다룬 책은, 이미 나올만큼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안목있는 예술가 선정.
책은 데이빗 보위부터 출발해서 아레사 프랭클린 (비록 목차에는 어리사 프랭클린이라고 표기돼 있긴 하지만), 니진스키, 장국영, 수잔 발라동, 커트 코베인 등 내가 한때 열광했던 인사들은 물론이요 자하 하디드, 이타미 준, 조지 로메로와 같이 다소 생소한 존재들도 포함하여 그들의 삶을 간략하지만 핵심적으로 그려낸다.
구스타프 말러가 프로이트를 찾아가 상담을 하는 장면이 특히 흥미로웠다. 말러는 19살이나 어린 인기녀 알마 마리아 쉰들러(Alma Schindler)와 결혼에 골인하지만 둘은, 끝내 결별하고 만다. 팜므파탈(비록 책에는 팜파탈이라고 표기돼 있긴 하지만)이라면 릴케와 니체를 홀린 루 살로메만 알고 있었는데, 오! 여기 또 한 명을 더 알게 되다니. 검색으로 찾아보니 그녀는 화가 코코슈카와도 연애를 하고, 발터 그로피우스를 거쳐 프란츠 베르펠과 세 번째 결혼을 했을 정도로 예술가들의 뮤즈로 군림했던 여자였다.
Spleen에 얽힌 바스키아의 일화는 또 어떤가. 장국영이 좋아한 영화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였다는 사실 역시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끝내 몰랐을 거다. 호쿠사이 편에선, 그가 말년에 남겼다는 한 마디가 너무도 충격적이라 앞으로 두고두고 곱씹게 될 것 같다(무슨 말을 했는지는 책의 69페이지에 나와 있다!)
두번째 이 책의 매력은, 다름아닌 센스 있는 작품 소개.
빌 에반스의 명곡 <Peace Piece>는 듣는 순간 단번에 마음에 들었다.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 <빨간 칸나>도 강렬하게 마음을 뒤흔들었다. 구스타프 말러를 조롱하기 위해서 그렸다는 삽화조차(P.30) 이상하게 아름다워보여서, 정말 그린이의 의도가 조롱인지 생각해보게도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바로 예술가에 대한 저자의 애정.
예술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는 섬세한 문장들 덕분에 생전 처음 알게 된 예술가에 대해서도 어쩐지 이미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 그러니 이제 당신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더 유명하건 덜 유명하건 관계 없이, 나름대로 '예술가의 일’에 충실했던 분들의 면면을 이 책을 통해서 맛보게 될 테니 말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3492981?art_bl=1518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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