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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배경에 관한 묘사를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작가의 머릿속에 '하필이면 그 일이 벌어져야 하는 바로 그 무대'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여러가지로 자극을 받은 끝에, 적당한 무대를 겨우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에 가깝다.
배경은 사실 소설 창작에서 핵심적인 요소라고 꼽기는 힘들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인물과 사건이니까.
하지만 배경은 분위기를 만들고, 음악을 깔아주며, 상상에 현실감을 입힐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아이디어가 꽉 막혔을 때 구원투수처럼 배경이 큰 전환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배경은 시인들에게는 보다 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가에게 있어서 배경은 인물과 사건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택일할 수 있는 무엇이어야만 하는데, 그러려면 직접 답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감을 잡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면서 작업을 하다보면 그럴 엄두를 내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 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 [디테일 사전]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배경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사전, 혹은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야기의 힘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 책 표지에서
도저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문구다. 이야기의 힘은 정말로 디테일에서 나오니까. 어떻게 하면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고,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궁리하는 작가들에게는 디테일이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오감 + 배경묘사 예시로 구성돼 있다. 즉, 가장 중요한 시각(풍경)을 맨 먼저 제시한 다음 청각(소리), 후각(냄새), 미각(맛), 촉각(촉감과 느낌) 순으로 키워드를 제시함으로써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그저 두서없는 나열에 불과해보이겠지만 작가에게는 그 나열 속에서 새로운 것들을 보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 이건 마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인체해부도나 소실점, 프레임을 공부함으로써 토대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나 "이 배경에서 벌어질 만한 갈등의 원인"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인물들간의 갈등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동력을 얻는다.
상상력이 빈곤해졌을 때 다시 그것을 채워넣는 작업은, 의식적인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의식적인 노력이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평범한 단어와 평범한 풍경들 속에서 무심하게 올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두고두고 참고할만하다. 도시편과 시골편으로 나누어 발행되었다는 점, 두꺼운 책임에도 그렇게 무겁지 않다는 점, 이 책의 활용도를 더욱 높이는 부분이다.
다만, 미국 작가들을 위한 것이다보니 우리나라 정서에는 다소 생소한 장소들-라스베이거스 쇼, 크루즈선, 카지노 등-이 많다. 반면에 PC방, 카페 같은 한국적인 정서에 어울리는 장소들이 빠져있는 점은 좀 아쉬운 측면이다. 그렇다면 작가 스스로 이러한 장소들에 대해서 조사한 자료를 이 책의 구성을 이용해 별도로 정리해둠으로써 나만의 디테일 사전을 만드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월북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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