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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임, 게이머, 플레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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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게이머, 플레이

게임이란 영상, 소리, 규칙, 조작, 시스템, 스토리, 커뮤니케이션 등이 결합된 입체적인 경험이다. 게임비평이란 게임을 현실의 삶과 연결 짓는 행위이다. 1부 「장르의 진화, 재미의 증식」은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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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의 "게임, 게이머, 플레이"는 독특한 책이다. 정통 인문 서적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게임을 철저하게 소개하고 분석하는 책인 것 같지만, 그 분석의 대상 자체가 아무 생각없이 즐기던 게임 - "저니"와 "스타크래프트" 따위 라니.

 

 

"나는 늘 두 지층 사이에 끼어 있었다. 업계와 학계, 회사와 학교, 문학과 게임. 마지막 지층은 그 중에서도 가장 불안한 영역이었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하는 사람들도 순수문학에는 큰 관심이 없다. 두 집단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걸었고, 나는 그 가운데 있었다. 외로웠다. 하지만 그 둘을 이어주는 것도 낀 사람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는 이 책에 꽤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 후기 중에서

 

나 역시 오랫동안 문학과 게임을 즐겨오면서 이런 감정을 자주 느꼈다. 사실 게임 장르 중에서 어드벤처 게임의 경우에는, 스토리텔링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할 정도로 이야기 자체에 근접해 있다. 그럼에도 게임 자체의 가벼움(?) 때문인지 주류 문학계에서는 게임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등장한 본격 게임 평론집은 구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내가 재미있게 본 부분은 "게임과 시간" 편과 "게임과 공간" 편이었다.

게임 속에서의 시간과 실제 플레이하는 현실 세계의 시간은 상당히 다르게 돌아간다. 나는 늘 그 간극을 재미있다고 생각해왔고, 저자 역시 그 지점을 파고들어 여러 각도로 게임에서의 시간의 의미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Real-time / None-Realtime 그리고 Pure fictional Time / Realtime-induceed fictional Time 이라는 축을 이용해서 RR, NR, RP, NP 로 게임을 분류해낼 정도로 말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RR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는 시간과, 게임 속의 시간이 일치하는 게임을 말한다. 그러니까 제한시간의 압박을 받으며 시간 내 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타입의 게임을 RR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RP는 실시간 게임에 순수 허구 시간이 결합된 구성이다. 게임 속의 시간은 플레이어에게 압박을 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게 흘러간다. 이는 대부분 이야기가 플레이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는 액션, 슈팅 게임 등의 시간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럼 NR, NP는 뭘까? 해답은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게임에 몰두해본 적 있는 사람에겐,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해하고나면 분명 흥미로운 구분법일 것이다.

공간 역시 재미있는 문제이다. 세상에 없는, 하지만 분명히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시간과 더불어 공간의 가상성은 플레이어에게 때로 희한한 감각을 유발한다.

모든 게임은 스페이스머신(Space Machine)이다. 기나긴 로딩이 끝나면 플레이어, 그러니까 우리는 다짜고짜 어딘가에 도착한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우리가 아는 건 한 가지뿐이다. 이 몸이 게임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 내 이름을 몰라도, 심지어 사람이 아니라 괴물, 괴물만도 못한 아메바, 심지어 생명체라고 보기 어려운 픽셀 하나에 불과하더라도 괜찮다. 내가 주인공이고, 주인공이 조작에 따라 움직여준다면야, 얼마든지.

다만 게임 속 공간에 대해서는, 시간에 비해서는 분량이 적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독자의 욕심으로는 분석을 좀 더 해주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시간성과 공간성을 지적함으로써, 여러가지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던져준 데 대해서는 많은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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